2000년대 들어 OECD 35개 회원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했다. 2000~2016년 사이, 캐나다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3%p 내렸다. 같은 기간 덴마크는 32%에서 22%로 내렸고, 영국은 30%에서 19%로 내렸다. 아일랜드는 24%에서 12.5%로 조정했다.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때문이었다. 다만, 예외도 있다. 같은 기간 칠레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4%P 올렸고, 미국은 17년째 30%를 고수했다.
높은 법인세율이 무색하게 미국이 법인세율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2.7%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법인세가 낮기로 유명한 아일랜드보다 더 적다. 경제학자들이 미국을 선진국 중 가장 비효율적인 세금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포터 논설위원은 “높은 법인세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자국 내 투자를 꺼리고 국외로 눈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또 “높은 법인세율은 조세 회피 효과로 세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OECD 보고서가 “법인세는 나라의 경제 성장을 막는 가장 해로운 세금”이라고 밝힌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애플,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수조 달러를 미국 대신 국외에 투자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지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모두 법인세 최고세율에 손을 대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알란 J.아우어바흐 세무학 교수는 “우리는 이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며 “다만 나는 이번 정부가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15%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둘러싼 의구심이 높은 이유는 ‘17년’이라는 세월이 한몫을 한다. 포터 논설위원은 “17년간 손대지 못했는데 지금이라고 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법인세를 낮추는 대신 추가적인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법인세율을 낮춰온 선진국들은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등으로 추가 세수를 확보하려고 힘썼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원래는 국경조정세가 세수 확충 방안이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추진했던 국경조정세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품에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시행해 1조 달러의 신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게 행정부와 공화당의 야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재무부와 공화당은 국경조정세를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유통업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한 탓이다. 국경조정세가 증발하면서 마땅한 세수 확충 안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로스쿨의 미셸 J.그리츠 세법학 교수는 “법인세율 1%P당 1000억 달러(약 112조3000억 원)가 빠져나간다”며 “최고세율을 30%에서 25%로 낮추면 1조5000억 달러가 빠져나가는데 무슨 수로 부족분을 메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우어바흐 교수는 “새로운 수입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서 법안에 찬성할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