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66)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이 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권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본인한테 있었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2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공판에서 최 전 실장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최 전 실장은 본인이 삼성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만 "후계자로서 도움이 될만한 중요 현안을 골라 이 부회장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갤럭시 노트7 리콜 건, 사업 구조조정 등이다.
최 전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등 주요 현안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5년 7월 7일 이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난 이유를 묻자 "국민연금 측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최 전 실장은 "제가 재직하는 동안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 하에 했다"며 "밖에서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이고,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라 의전 쪽으로 회사를 대표해서 나가다보니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삼성의 운영체계나 풍토, 관행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의 말을 들었다는 홍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모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앞서 홍 전 본부장은 증인으로 나와 '자본시장법에 따라 10% 할인할증이 어렵다", '이번 합병이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플랜B는 없다'는 말을 이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 최 전 실장은 그러나 "이 부회장은 아마 자본시장법 내용은 잘 모를 거다. 이 부회장이 이야기했을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본인이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등 4명이 매일 아침 회의를 한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전 실장은 "김 위원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팀장의 소통 과정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사실과 다르고 저런 내용이 있지도 않다"고 했다.
최 전 실장은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정 씨에 대한 승마지원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에 승마협회 맡으라는 것으로만 이해했고, 이후에도 다른 생각을 하긴 어려웠다"라며 "대통령이 정 씨를 지원하라고 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씨의 영향력을 미리 알고 정 씨를 지원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