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신탁을 이용한 새로운 유언 방법 - 유언대용신탁

입력 2017-08-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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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에게는 장애인 자녀인 B가 있다. A 씨는 자신이 죽은 이후 B가 제대로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그래서 A 씨는 유언으로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인 건물을 B에게 줄 생각이다. 그런데 A 씨는 B가 건물을 상속받은 다음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사기라도 당해 건물을 전부 날리진 않을지 걱정이다.

# C 씨에게는 미성년 자녀인 D가 있다. C 씨는 몇 년 전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우고 있다. C 씨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가 등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C 씨는 만일 자신이 갑자기 죽는다면 D가 재산을 상속받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전 아내가 D의 친권자라고 주장하면서 재산을 독차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A 씨와 C 씨에게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자녀에게 증여를 하거나 유언을 하여 재산을 남기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믿을 만한 사람이 있어 그 사람에게 재산을 맡기고, 재산을 관리하면서 자녀를 돌봐 줄 것을 부탁하면 어떨까? 자녀에게 바로 증여나 유증을 하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A 씨와 C 씨가 살아 있을 때는 그 사람이 부탁을 잘 들어줄 것처럼 보이지만 A 씨와 C 씨가 죽은 이후에도 재산을 제대로 관리해 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또한 만일 재산을 맡아 준 사람이 갑자기 죽거나, 사업을 하다 실패해 그 사람의 채권자들이 A 씨와 C 씨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A 씨와 C 씨에게는 유언대용신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데, 신탁을 활용해 사망 이후 재산 분배에 관한 내용을 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영미권에서는 신탁을 활용한 상속이 오래전부터 보편적 상속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도 2011년 신탁법 개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유언은 법에 정해진 엄격한 절차에 따라 법이 정한 내용만을 할 수 있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금융기관에서 다양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첫 사례의 경우 A 씨는 자신이 가진 건물을 수탁자에게 신탁하고, “수탁자는 B가 살아 있는 동안 매달 B에게 신탁수익으로 200만 원을 지급하고, B가 사망하면 신탁은 종료한다. 신탁 종료 시 잔여 재산은 또 다른 자녀 E에게 분배한다”는 내용으로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하면 걱정하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B는 A 씨가 죽은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고, A 씨는 자칫 B가 재산 관리를 잘하지 못해 건물을 날릴 수 있다는 걱정을 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유언대용신탁은 B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B에게 낭비벽이 있어 A 씨가 남긴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C 씨는 수탁자와 “신탁자 C 씨가 사망한 후부터 수탁자는 자녀 D의 부양과 생활 유지를 위해 신탁수익을 D에게 지급한다. D가 25세가 되면 신탁원본을 D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D가 어릴 때는 신탁수익을 받는 것으로 하고, 성인이 되어 재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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