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을 넘는 순간, 비로소 변화가 눈에 보이게 된다. 마치 둑이 터져 가둔 물이 쏟아지듯이 한순간에 모든 상황이 바뀐다. 변화를 예상했지만, 실행을 미뤄뒀던 구성원들이 허겁지겁 대응에 나서는 것도 바로 이때이다.
하지만 변화를 주도한 ‘게임체인저’를 한동안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그간의 사례를 통해 수차례 증명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임체인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애플의 ‘아이폰’,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등이 있겠지만, 가장 최근이자 우리에게 가까운 사례로는 카카오뱅크의 출범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론칭 초기인 만큼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시장에 준 충격은 여느 사례 못지않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5영업일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금융서비스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기존 은행들은 고객을 빼앗길까 봐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늘리는 것은 물론, 온라인뱅킹 UI 개선에 서둘러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단순히 하나의 게임체인저로만 볼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단순히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활을 더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끝난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 1~3차 산업혁명이 ‘블루칼라’의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머신러닝 등을 앞세워 ‘화이트칼라’를 AI(인공지능)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금융서비스의 경우, 기업은 금융 업무에 투입되는 지식노동자 대신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AI를 도입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고객과 일선에서 접하는 CS팀의 업무까지 대화형 AI의 도입으로 상담사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다. 업무는 AI가 맡고, 사람은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역할이 바뀌는 추세이다.
이미 증권업계의 경우 직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약 4만4000명이었던 증권사 직원 수는 현재 약 3만5000명 수준으로 6년여 만에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그간의 업황이 좋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호조 속에서도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 신입 공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황과 관계없이 다운사이징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의 변화 속에서도 사람들은 갈 자리가 있었다. 육체노동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들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지식노동을 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더 가치 있는 일로 평가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지식노동을 위한 소양을 전달하는 교육이라는 시스템은 1차 산업혁명 이후 그 필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또한, 기계의 도입은 생산성의 증대로 이어졌고, 경제와 사회가 급격히 다양화되면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순기능을 가져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지식노동이 완전히 대체된다면 사람들은 갈 자리가 없어진다. 로봇이나 AI를 도입할 수 있는 자산가와 이를 설계하고 운영, 보수를 해주는 로봇·AI 관련 종사자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아무리 AI로 생산성을 높였다고 해도 그 사회는 결국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로봇이나 AI로 재화를 창출하는 기업에 일명 ‘로봇세’를 물려 이를 사회보장(社會保障)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나오는 것 아니겠나.
변화는 한순간에 찾아오고, 그 물줄기는 거스르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그늘’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면서도 카카오뱅크의 열풍이 씁쓸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