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지하경제 규모 GDP 18%… ‘검은돈 퇴치’ 법집행·의식개혁 함께해야

입력 2017-08-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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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평균 14%보다 높아뒷거래 비용 메우려다 경제 부실 초래

현대사회의 모든 일은 속도전이다. 즉 시간은 돈인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에 따라 실패와 성공이 판가름 나게 된다. 그래서 민원인들은 급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어쨌든 일이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뛰어다닌다. 급행료란 원래 일이 빨리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특급열차가 완행열차보다 비싸고 빠른 우편이 일반우편보다 더 비싼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행료 지불은 당연히 합법적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가 당연히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고의로 지체하고, 소위 급행료를 받아 챙긴다면 이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불법행위이다.

이면계약이라 함은 동일한 계약관계에 대하여 서로 상이한 다른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본계약이 있는데 그 내용과 별개의 다른 내용으로 또다시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중계약이라고도 한다. 당사자 간에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이를 실질적인 계약 내용으로 합의한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대외 발표용 계약서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는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야합으로, 흔히 비자금 조성을 위해 이런 작태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음성적인 뒷거래 관행으로 인해 아직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16~18%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14%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부정과 부패, 비리의 소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검은 뒷거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뒷거래에 들어간 비용을 메우기 위한 시도는 우리 경제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초래하고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결국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브랜드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때로는 대형 사고를 유발하여 국가 사회의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 대연각호텔 화재,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1년 우면산 산사태, 그리고 2014년 300여 명의 꽃다운 젊은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를 두고 혹자는 한국을 ‘사고공화국’이라고 비아냥 댔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 복합적인 연유에 기인하지만, 검은 뒷거래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검은 뒷거래는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마저 갉아먹는 무서운 바이러스이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의식개혁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빠진 너트들을 찾아 다시 조이는 사회시스템 정비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적당주의와 빨리빨리 문화에 ‘철저하고 빈틈없는 부지런함’, ‘섬세함과 침착함을 지닌 여유로움’을 더해 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부정부패 없는 맑고 투명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정착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선진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 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검은 돈들이 스위스로 몰려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스위스 은행의 비밀유지 조항 때문이었다. 스위스의 ‘연방은행법’에 따르면 은행 직원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징역이나 벌금형 등의 형사적 제재 조치를 받게 되어 있었다.

이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 역사는 17세기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위그노) 사이의 종교전쟁 와중에, 스위스로 피신한 프랑스 위그노 개신교도들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됐다. 이후 치러진 독일과 프랑스 간의 보불전쟁과 프랑스혁명 기간 동안에도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부유층들의 돈이 스위스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비밀주의를 스위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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