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베이비붐세대의 경우 은퇴후 고령층에 진입하더라도 급격한 자산처분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전세대보다 자산축적이 우호적인 환경에서 자랐고 실제 이전세대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조세형 과장과 이용민 과장, 김정훈 반장이 공동발표한 ‘인구고령화가 가계의 자산 및 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65세 인구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수록 가계저축률과 위험자산 보유비중은 각각 1.076%포인트와 0.52%포인트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금 및 예금(0.731%포인트)과 보험 및 연금(0.346%포인트) 등 안전자산 보유비중은 늘었다.
또 고령화 수준이 2015년 12.8%에서 2030년 24.5%로 상승하면서 가계저축률도 같은기간 8.9%에서 -3.6%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저축률이 음(-)의 값으로 떨어지는 시기는 2026년이었다. 이 값이 음(-)이라는 것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실물자산 등을 처분해 소비에 쓰는 돈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한편 우리나라만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베이비붐세대가 은퇴 후 고령층에 진입하더라고 실물자산을 급격히 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는 2014년 현재 50~64세(1950~1964년생)의 경우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이전세대보다 자산축적 기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1960년부터 1964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붐 후반세대의 평균 총자산 보유금액은 5400만 원으로 1940~1944년에 태어난 세대의 총자산(200만 원) 보다 5200만 원 정도 더 많았다.
결국 고령화에 따른 실물자산 조정 수준보다 벌어놓은 규모가 더 많아 굳이 자산을 급격히 처분하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아울러 평균수명이 늘면서 은퇴후 오랜기간을 생활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저축에 대한 동기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자하는 심리(상속동기)가 큰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조세형 한은 과장은 “고령화 진전에 따라 금융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고령층이 실물자산을 급격히 처분할 가능성은 낮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고서는 금융시장 측면에서 고령화를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즉 상황 변화에 따라 일부 고령층이 실물자산을 빠르게 처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실물자산에 대한 유동화 시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만큼 장기채권시장 육성이나 부동산펀드나 선박 및 예술품을 활용한 특별자산 등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보험 및 연금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고령층에 대한 경제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