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BOK)이 야심차게 준비한 인구고령화보고서가 첫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꼭 12년 전인 2005년에 발간한 띠동갑 보고서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중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2005년 9월 한은이 발간한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와 제목부터 유사하다. 당시 집필자 역시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3명 중 한 명으로 같다. 문제는 유사한 방식에 유사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실제 두 보고서의 분석방법을 보면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모형과 동태적 연산가능일반균형(dynamic Computalbe general Equilibrium, CGE)모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분석기법이 유사하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두 모형을 모두 사용한 반면, 2005년 보고서는 두 모형을 소개하고 CGE모형만을 사용했다. 정년연장, 여성인력 활용 등 경제활동참가율 확대, 해외노동인력 유입과 총요소생산성 제고 등 시나리오별 분석은 똑같다.
다른 점은 통계청이 추산한 인구추계 정도다. 2005년 보고서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을 전후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 반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2016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 중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최근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빨라지고 있는 고령화 수치만 분석에 대입한 셈이다. 실제 이를 반영하듯 2005년 보고서에서는 고령화 전망에 따른 성장률 추이를 2011~2020년 3.43%, 2021~2030년 3.33%, 2031~2040년 2.64%, 2041~2050년 1.45%로 봤다. 반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2016~2025년 1.9%, 2026~2035년 0.4%, 2036~2045년 0%, 2046~2055년 -0.1%로 예측했다.
앞선 시나리오별 분석에 있었던 내용을 반영해 인적자본을 축적하고 유효 노동력을 확충하며, 연구개발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을 꾸준히 높일 경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도 유사하다. 2005년 보고서에서는 성장률을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에서 1.3%포인트 높일 것으로 봤다. 반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2055년까지 0.9%포인트에서 1.4%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지난 보고서에서는 인구고령화 속도를 늦추자는 시나리오별 결론 외에도 질적성장을 강조해 차이점을 보였다. 지난 보고서에서는 “해외노동인력 유입, 경제활동참가율 확대, 정년 연장 등 단순한 노동투입의 확대는 성장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우리 경제가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제도의 개혁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을 보유한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기술 및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물적자본 축적과 우수 인적자본을 결합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결과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통계청 인구추계가 2005년 이후 2010년에 새롭게 나오면서 새로운 상황에 맞춰 분석해 볼 필요가 있었고, 과거 분석 모형을 개선한 부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고서 부록에 (동태적 CGE모형과 관련해) 2011년과 2008년 내용을 수정·요약한 것이라고 밝힌 부문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