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최순실, 朴에 삼성 비방해"...삼성 측 '피해자' 주장

입력 2017-08-01 19:05 수정 2017-08-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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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들이 최순실(61) 씨의 영향력이 두려워 딸 정유라(21) 씨를 지원했다는 '피해자' 논리를 펴고 있다.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다는 말을 들어 정 씨를 지원했다"며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1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 전현직 임원 등 속행 공판에서 장 전 차장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장 전 차장은 2015년 7월 25일 2차 독대 직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에도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장 전 차장의 특검 진술을 토대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질책한 이유가 정 씨에 대한 승마지원 때문인지를 캐물었다. 앞서 장 전 차장은 특검에서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정유라 지원을 안 해서 최 씨가 대통령에게 이야기했고,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야단 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장 전 차장은 그러나 "대통령은 삼성이 올림픽 준비를 소홀히해 이 부회장을 질책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이어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가 '최순실이 딸을 지원하지 않아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2차 독대 이후 독일에 가 최 씨의 측근이었던 박원오 씨를 만나 최 씨의 영향력을 들었고, 이를 장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 특검은 "이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냐"고 묻자 정 전 차장은 "저는 안 했다"고 답했다. 최 전 실장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삼성은 이후 정 씨를 지원하기 위해 최 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와 213억 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맺었다. 애초 정 씨 외 6명의 선수를 지원하려고 했으나 실제 지원은 정 씨에게만 이뤄졌다. 특검이 "특검 조사 때 대통령 지시라 어쩔 수 없이 최 씨가 요구하는 대로 해줬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장 전 차장은 "취지가 조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 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최 씨가 어떤 형태로든 비난하거나 험담하고 해코지할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특검이 재차 진술 번복을 지적하자 장 전 차장은 "조사받을 당시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집중적으로 언론에 보도돼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강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피해자가 되니까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도 있다" 했다. 대통령 지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측해 진술했다는 것이다.

장 전 차장은 2015년 7월 29일에야 최 씨의 딸 정 씨를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2014년 9월 이미 승마협회 인수가 정유라 지원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 아니냐"고 캐물었으나 장 전 차장은 "당시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이뤄진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 역시 피고인 신문에서 "최 씨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정 씨를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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