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홍수’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줄 알았던 일본이 진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져 구인난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기업들은 일손 부족과 임금 상승 압박에 시름이 깊다.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했음에도 일본은 인구절벽의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6월 노동력 조사에서 전체 실업률이 전월 대비 0.3%P 하락한 2.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6월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4월 수준으로,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일자리 수 대비 구직 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정규직에서 1.01배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정규직 일자리가 지원자 수를 앞지른 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 채용 규모 대비 지원자 수는 1.51대 1로 43년 래 최고치다.
이는 일본에 노동력 부족 현상이 비정규직부터 정규직까지 전반적으로 만연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수십 년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이 이원화된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구인난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에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손 부족은 인재 쟁탈전을 부추켜 임금 상승률을 높일 수 있다. 정규직 근로자를 데려오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서로 임금을 올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으로 올린 것도 압박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 25일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2017년도(2017년 4월~2018년 3월) 최저임금 시급 기준을 25엔(3%) 올려 848엔(약 8500원)으로 정했다. 25엔 인상은 역대 최대폭이다.
임금수준이 높아지면 소비도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임금과 물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일본의 6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임금상승률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5월에도 0.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구인난이 심각한데도 이것이 실질적인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까닭을 일본의 고용 환경에서 찾았다. 빌 아담스 PNC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노동시장이 매우 과열되어 있지만, 기업들은 정규직을 시간제 근로로 전환하는 식으로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지난 26일 “기업이 시간제 근로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노동력 결핍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면서 “영업시간 단축 및 서비스 축소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산업에서 노동력을 절감하는 투자가 촉진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즉 시간당 임금은 오르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주부와 노인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월급 기준으로 평균 임금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한편, 지난달 일본의 전체 고용률은 전년보다 0.9% 상승했다. 기업들의 채용이 계속 늘고 있어서 고용률은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