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자치경찰, 제대로 하자

입력 2017-07-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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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은 새 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이자 경찰 개혁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 시도가 있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미완의 과제로 미뤄져 왔다. 이것이 최근 검찰 개혁 작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경찰 개혁의 일환으로 다시금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보면 경찰권 분산 및 인권경찰 확립 방안으로 자치경찰을 예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광역 단위로 2018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9년부터 전면 실시한다. 경찰권 분산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 공학적 의미도 있지만, 자치경찰을 통하여 주민의 인권 향상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크다. 자치경찰이 ‘인권 친화적 경찰’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이유이다.

1991년 주민 스스로 지방의회를 구성하면서 지방자치가 본격화한 지 사반세기(四半世紀)가 지났다. 시행 초기 중앙정부의 축소에 따른 관료들의 저항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출발한 지방자치였다. 하지만 오늘날 시민들은 활발한 참여를 통하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있으며, 민권(民權)과 공공서비스의 획기적인 향상으로 그 실험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안 서비스는 해방 이후 70여 년 지속되어 온 강력한 중앙집권의 틀에서 아직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치안은 주민의 생명, 안전, 재산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교육과 함께 지방자치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따라서 자치경찰이 수사권 조정과 연계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경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게다가 지역별 특성에 따른 치안 수요는 국가경찰에 의한 획일적인 서비스로는 더 이상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말해 준다.

경찰이 구상하는 자치경찰은 제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찰 체제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에서 교통, 방범 등의 일부 행정 기능을 자치경찰에 넘기고, 수사·정보·보안 기능만으로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그동안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 실상을 보면 원래 자치단체가 행하던 특별사법경찰에 일부 국가경찰 기능을 흡수하여 새로운 기구를 하나 더 만든 것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경찰이 자치경찰을 내세워 수사권 독립을 쟁취하려 든다면,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의 경찰이라는 그릇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담기에는 국민의 눈에 여전히 불안하게 여겨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게다.

진정한 자치경찰이라면 우선 조직 면에서 지방경찰청 단위 이하의 경찰관서를 국가 소속에서 자치단체 소속으로 전환하여 주민의 감시 아래 둬야 한다. 이 경우에도 자치단체로부터 독립된 의결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를 두어 지방경찰청장 등의 임명제청권을 행사케 함으로써 자치단체장의 정치적인 입김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경찰은 기능 면에서 치안정책 수립의 총괄, 자치경찰의 지원 및 전국적인 통일성이 필요한 업무 수행에 국한돼야 한다. 수사권에 있어서도 국제범죄나 조직범죄 등과 같은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범죄 이외의 일반적인 수사권은 모두 자치경찰로 넘기는 방식이어야 한다.

수사권 없는 자치경찰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제주의 사례에서 수차례 봐왔다. 단속업무 중 공무집행방해가 있어도 국가경찰에 요청해야 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현재의 제주자치경찰이다. 주민이 바라는 자치경찰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21일 바람직한 자치경찰의 방향 모색을 위하여 서울시청에서 개최된 포럼 행사장을 꽉 메운 청중들의 열기는 자치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특히 “제주(자치경찰)처럼만 안 하면 된다”는 것이 결론이라던 토론 사회자의 단언(斷言)은 향후 자치경찰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해 준다. 검찰 개혁에서 촉발된 경찰 개혁을 자치경찰로 꽃피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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