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3년 만에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5년물 국채를 쿠폰금리 4.625%에 발행, 총 30억 유로(약 3조9171억원)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채권 발행에 65억 유로어치의 수요가 몰렸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망한 쿠폰금리는 4.5%였다. 금리가 낮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리스 국채 수요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그리스가 국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발행 시기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가 최근 지난 몇 달간 그리스 경제 전망을 상향 조정해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발행 국채의 절반은 신규 판매됐고, 나머지 절반은 2014년 팔린 국채 보유자에게 전환해주는 용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의 이번 채권 발행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그룹 등 채권단의 구제금융 지원이 극적으로 결정된 이후 이뤄진 것이다. 유럽 채권단의 부채탕감을 주문하는 IMF와 탕감은 곤란하다는 유럽 채권단이 갈등을 빚어오면서 구제금융을 놓고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다. 최근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 중 마지막 분할금 지원이 결정됐고, IMF도 지난 20일 그리스에 18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그리스는 내년 8월로 예정된 구제금융 종료를 앞두고 이번 국채 발행을 통해 독자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를 타진해보는 시험대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게 됐다. 2010년 이래 3차례에 걸쳐 받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내년에 마무리 짓고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진일보 하게 됐다는 평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아테네를 방문한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국채 발행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긴축이라는) 즐겁지 않은 모험을 끝내는데 가장 상징적인 조치”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