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준엄한 상태다. 이러한 안보 환경 속에서 우리는 후손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자주국방의 강군을 만들어 물려줘야만 한다. 북한의 어떤 위협도 제압할 수 있고 주변국과 호혜적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국방력을 가져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고강도 국방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송 장관은 취임식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단순한 국방개혁을 넘어 새로운 국군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인 ‘책임 국방, 유능한 안보’ 실현을 위해 ‘적이 두려워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을 공룡에서 표범으로 바꾸는 게 국방개혁”이라며 공격형 무기 집중 투자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전후로 ‘정치 댓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킨 국군사이버사령부와 사찰에 가까운 군 인사 정보와 동향을 수집한다는 지적을 받는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능을 대폭 조정하는 고강도의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개혁 드라이브와 함께 최근에는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하는 등 소통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을 ‘북괴’라고 표현하는 등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도 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일찍이 국방 수장 유력 후보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26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송 장관은 2008년 해군 퇴역 후 이듬해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2년간 고문을 맡으면서 대형 로펌 최초로 국방·공공계약팀을 만들었다. 이후 2011년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민주당은 천안함과 연평도사건 이후 야당이 안보역량 확충을 위해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송 장관을 발탁했다. 정당에 발을 들인 뒤 19대 총선에서는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 20대 총선에서는 대전 유성 지역구 출마설이 돌았지만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송 장관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모임인 담쟁이포럼 창립멤버로 활동한 뒤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19대 대선 때도 캠프에 참여해 전작권 조기환수와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등 국방정책을 담당했다. 송 장관은 기본적으로 개혁 의지가 강하고 남다른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합참에서 대령부터 장성까지 과장, 부장, 본부장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아울러 제2전투전단장, 제1함대사령관 등을 지내며 야전 역량과 해본 기획관리참모부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내며 정책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런 경험 때문에 3군을 두루 알고 있어 균형 잡힌 국방개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는 생도 시절부터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리더십도 빛났다. 제1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뒤 충무무공훈장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 관례보다는 합리성을 따지는 편이다. 주로 2007년 순항훈련 개혁이 군에서 회자된다. 송 장관은 당시 동남아 훈련을 세계 일주로 확대했다. 관례대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사관생도들의 시야를 넓혀주고자 12년 만에 세계 일주 순항훈련을 추진했다. 훈련 후에는 사관생도들에게 기항지별 역사와 문화 등을 연구해 발표하도록 했다.
이처럼 송 장관은 군인으로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사건·사고도 많았다. 송 장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야 대치 정국의 핵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주요 논란은 △법무법인 고액 사례금 수수와 방위사업체 자문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비리 △위장전입 등이었다. 그는 해군 퇴역 이듬해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2년간 고문을 맡아 연간 1억5000만 원을,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에서는 2년간 자문으로 월 700만 원을 받아 과한 자문료를 받았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고문 역할을 강조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군 출신이 방위사업체 자문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송 장관이 해군참모총장 재직 시절인 2009년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9억여 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사건은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의 내부고발로 세간에 알려졌는데, 김 전 소령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해군 수사는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후 3년 뒤 국방부 조사에서 비리 사실이 확인돼 부실 수사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해군부대가 아니며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씻기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인 위장전입 문제도 있었다. 1989년 부친의 집 주소로 옮기고 나서 군인공제회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다. 청와대는 “군인의 특성상 발생한 문제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부친이 암으로 투병 중이고 둘째 딸도 암에 걸려 고향에 집을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군인공제회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친 송 장관은 조만간 ‘인사 태풍’ 신호탄으로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포함해 군의 최고계급인 대장들을 대폭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고위공무원단과 군 장성, 주요 지휘관에 대한 인사도 예정돼 있다. 송 장관이 군 요직에 누구를 앉힐지 주목된다. 개혁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