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지역할당제 도입 ... “뭘 보고 뽑나” 토로

입력 2017-07-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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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에 출신지역 등 항목 삭제…최종학교 소재지로 대상자 결정

“수도권大 간 지역 취준생 역차별… 외모·언변 면접에 유리” 우려 목소리

정부가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하고 지역인재 30% 할당제를 의무화 할 예정이다. 공공기관들은 블라인드 채용 취지는 좋지만 면접 등 채용 절차를 강화해야 하고 지역인재 할당제에 따른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다.

332개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149개 모든 지방 공기업은 다음 달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다. 입사지원서에서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학력, 사진부착)은 삭제한다.

하반기 605명을 채용하는 코레일은 직무와 무관한 서류평가를 생략하고 채용과정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실시해 철저히 능력중심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도 이전부터 학력 제한 철폐 등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중이다.

문제는 지역인재 가점을 부여하기 위해 최종 학교를 기재하도록 해 왔지만, 정부의 강화된 지침에 따르면 서류에서도 최종 학교를 기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서류전형에서부터 학교명과 주소를 쓰지 말도록 하고 있는데, 대학 소재지를 적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 취지와 어긋나는 면이 있다”면서도 “최종 대상자가 결정이 되고 나서 지역인재 비율 등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전보다 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취업 준비생들은 사교육비가 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 중인 한 대학생은 “여러 가지 정보를 다 가리면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면접위원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업무적 능력보다 인상 좋고 언변 좋은 사람이 면접에서 유리할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해서도 공공기관들은 폐단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공기관 본사가 이전한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종 학교를 졸업한 자’를 지역인재로 보는데, 지역 출신으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고향에 가서 직장을 잡고 싶어도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옛날에는 지역에 명문대학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며 "지역대학 활성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국에 지사를 둔 한전은 전체 정원 중에서 한전 이전 지역인 광주 전남권에 근무하는 인력은 15% 정도다. 매년 신규 채용 인력의 30%를 지역 인재로 충당하면 나머지 15%는 고향에서 근무하지 못하고 전국 사업장으로 흩어져 근무하게 된다.

부산에 소재한 한 공공기관은 상반기에 채용형 인턴을 모집했는데, 평균 20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블라인드로 채용했음에도 부산·경남쪽 출신들이 많았다. 지역인재 가산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학이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소재할 경우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인재를 활용하고 싶어도 지역대학육성법은 수도권 대학은 제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인천에 소재한 공공기관들은 지자체에서는 지역인재 우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법 위반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면접이 결국 실력이면 다행인데 면접을 잘 본다고 해서 직무 능력이 탁월하다고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열심히 살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일정 부분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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