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히어러블 시장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곳은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은 올해를 히어러블 시장의 원년으로 삼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테레오 제품(TWS)은 이어폰을 귀에 착용하고 이를 통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은 ‘이어폰의 형상을 한 컴퓨터’라는 발상을 통해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 제조사들은 독자적 특징을 살리면서 히어러블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일본의 JVC는 프로의 연주를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악기를 연주해 가상 세션을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용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개발했다.
소니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7’에서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TWS이어폰의 콘셉트 모델 ‘Xperia Ear’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제품은 소비자의 움직임과 목소리에 맞춰 반응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용자는 음성을 통해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귀에서 쉽게 빠지지 않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소니는 올해 내로 개발을 마무리한 뒤 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일본의 통신·전자기기 회사인 니혼전기(NEC)는 올해 초 지문 대신 귀의 형상을 분석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마이크 일체형 이어폰을 귀에 착용한 뒤 귓구멍 안쪽 방향을 분석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 니혼전기는 무선 이어폰 제품 본인 인증의 실증실험을 지난달 시작해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히로시마시립대학 정보과학연구와 의료용 로봇 연구실의 다니구치 가즈히로 강사는 음악 재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액세서리형 컴퓨터 ‘Halo’를 제작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히어러블 제품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지난해 말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선보였다. 출시 당시에는 콩나물을 닮은 디자인에 혹평받았지만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도 출시된 지 반년가량 지났지만 한 달 이상 대기해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다. 에어팟은 손가락으로 터치해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를 불러올 수 있다. 이어폰에 탑재된 마이크를 통해 음성으로 명령을 전달할 수 있으며 볼륨 조절, 다음 곡 재생 등의 기본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오픈형 이어폰이라 커널형 이어폰보다 음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동해 충전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독일 업체 브라기는 올해 초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인이어 헤드폰 ‘더 대시’를 내놨다. 무선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으며 핸즈프리 기능을 통해 전화 통화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히어러블 시장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워포어컨설팅은 내년 히어러블 시장의 경제적 가치를 50억 달러(약 5조6300억 원)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웨어러블 시장과 엇비슷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