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줄곧 반대 의사를 나타내던 러시아 제재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23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ABC 방송에서 이날 “정부는 러시아 제재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하원, 상원과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그렇게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며 “의회가 지지하는 법안을 우리도 지지함으로써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이 말한 법안은 지난 14일 상원을 통과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러시아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일괄 제재안이다. 미국 상원의 금융, 외교위원회가 주도한 이 법안은 현재 러시아 제재 수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줄곧 이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미 하원은 오는 25일 이 제재안을 대이란·대북한 제재안과 함께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2014년 시작됐다. 작년에는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중앙정보국(CIA)이 판단하자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은 미국에서 35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또 러시아 군사정보국과 러시아연방보안국 관련 2개 시설을 폐쇄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은 “대통령의 견해를 알지 못한다”며 유보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공보국장으로 일한 지 2~3일 밖에 안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제재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던 트럼프가 돌연 견해를 바꾼 이유는 ‘러시아 내통설’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의중에 상관없이 러시아 제재 법안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한 상황에서 반대 의사를 계속 표명하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최근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측 인물과 대선 전에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 러시아 내통설은 더 큰 소용돌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