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동부증권의 IPO(기업공개) 실적이 확 달라졌다. 2달여 전 신한금융투자에 소속됐던 ‘해외기업IPO팀’ 전원이 동부증권으로 이적한 뒤 일어난 일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신한금융투자 이기일 이사를 비롯한 해외기업IPO팀(4명) 전체가 동부증권으로 이적했다. 증권 업계에서 팀 단위의 핵심부서 전체가 타사로 이적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동부증권의 IPO 계약 및 진행은 1건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가세한 2개월 뒤인 현재는 6건으로 늘어났다.
추가된 5건 중 4건이 해외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뉴웨이(케이맨), 보난자(케이멘), 캉푸(홍콩) 등 바이오기업과 빵류 제조기업인 푸젠(중국)이다. 특히 캉푸 등 일부 해외 기업들은 신한금융투자에서 계약까지 완료한 후, 동부증권으로 주관사를 변경해 IPO를 진행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소속 증권사와 관계없이 해외기업IPO팀의 노하우와 그동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따라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상 계약 이후 실제 IP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가량이 소요된다.
해외기업IPO팀이 신한투자증권과 같은 큰 조직을 떠나 소규모 증권사를 택한 것은 △업무 자율성 △업무 지속성과 그에 따른 전문성 강화 △업무 포커싱 등의 이유 때문이다. 동부증권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는 우리보다 조직이 크다 보니, 직원들이 원하는 업무 방향을 마음껏 추구하기보다는 조직 내 방향성에 맞게 움직이는 편”이라며 “반면 동부증권은 조직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길게 호흡하며 전문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환경이어서 이적을 결정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IB 경력이 풍부한 IB사업부 수장이 동부증권에서 뛰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향후 중국은 물론 미국, 영국 등 좋은 기업이 있는 큰 시장은 어디든지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 업무가 리스크가 큰 만큼 한국거래소와도 호흡을 잘 맞춰갈 방침이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해외기업IPO팀이 퇴사하자 추가 채용을 진행, 6월에 1명을 영입했고 계속적으로 충원을 하고 있다. 베테랑급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지만 수 년간 업계 최대 규모의 IPO 실적을 기록한 노하우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에도 해외기업 IPO 실적이 가장 좋았으며, 올해 역시 IPO를 진행하는 증권사 중에서는 점수가 제일 높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올 들어 8개 이상의 기업과 IPO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IPO를 진행 중인 곳은 3~4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