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바둑 제왕’으로 등극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자극을 받아 인공지능(AI)을 육성하는 새 국가전략을 내놓았다.
리커창 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중국 국무원은 20일(현지시간) 오는 2030년까지 AI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며 자국 산업을 1500억 달러(약 169조 원)로 키운다는 새 계획을 내놓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는 첨단제조업 10개 분야에서 세계 챔피언 기업을 만들겠다는 ‘중국 제조 2025’ 계획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에 자문했던 두 명의 교수는 NYT에 “중국 정부는 AI 부문에서 획기적인 ‘문샷(Moonshot)’ 프로젝트와 스타트업, 학술 연구 등에 막대한 국가적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교수는 또 “알파고가 지난해 바둑 대국에서 한국 이세돌 기사에 승리하고 올해 5월에는 중국의 자존심인 커제 기사에 압승을 거둔 것이 중국 정치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는 일종의 ‘스푸트니크 순간( Sputnik Moment)’을 맞이한 것으로 AI 분야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 순간’은 지난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이 충격에 빠진 사건을 뜻한다. 당시 자극을 받은 미국은 이후 유인 달탐사 등에 엄청난 돈을 투자, 1969년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를 쏘아올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았다.
새 정책에 명시된 일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AI 부문의 자국 기업과 연구시설 수준이 미국 등 주요 국가가 동일한 수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5년 후에는 AI의 특정 분야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이뤄내 경제전환의 핵심 원동력으로 삼고 최종 단계인 2030년에는 중국을 세계 일류의 AI 혁신센터로 만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중국의 산업정책에 담긴 언어는 종종 진부하며 그 목표는 너무 야심적이긴 하지만 정부는 진지하게 경제계획에 임하고 있다고 NYT는 강조했다. 특히 중국 최상위층에서 이런 성명이 나오면서 각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AI 산업에 대한 투자의욕을 촉진할 수 있다.
지난달 중국 톈진시 정부는 AI 산업 지원을 위한 50억 달러 규모 펀드와 함께 20㎢ 면적의 ‘AI 산업구’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올 초 칭화대학 등 현지 주요 대학, 국립연구소들과 손잡고 자국에 새 AI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