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소설은 그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고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17일 문학동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자신의 역사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출간하며 난징대학살에 대한 서술로 일본 우익으로부터 ‘매국노’라며 질타 받았다.
하루키는 “현재 인터넷 사회에서 사람들은 순수한 흑이냐 백이냐 하는 원리로 판단하고 말을 마치 돌멩이처럼 상대에게 던져댄다. 이는 매우 슬프기도 하거니와 위험천만한 일이다”라며 “지금이야말로 소설이 (좋은 의미의) 전투력을 갖춰야 할 때다. 다시 한 번 말을 따뜻한 것, 살아있는 것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루키는 ‘1Q84’ 이후 7년 만에 본격 장편소설을 내놨다. 그는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집필한 데 대해 “대략 1년 반이 걸렸다. 소설을 쓰는 동안 기분전환으로 번역을 조금 한 것 말고는 거의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라며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자유로울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책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데 대해서는 “어떤 명백한 목적을 지니고 쓰인 소설은 대부분 문학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라면서도 “목적을 가지되 목적을 능가하는 시도에 도전하고자 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많은 이들과 상처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하고자 한 데 대한 뜻을 설명했다.
하루키는 ‘기사단장 죽이기’가 한국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데 대해 “한국 독자에게 늘 각별한 고마움을 느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제 책을 변함없이 읽어줬다”라며 “이번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도 즐겁게 읽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