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 발언과 입수한 관련 문건 등을 통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지난달 20일 중국 국영은행 관계자와 회동을 갖고 다롄완다 대출 건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은감회 측은 국영은행에 다롄완다의 해외 빅딜과 관련해 자금 조달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 회사의 M&A와 관련해 대출이 해주거나 담보물을 받는 등 자금 조달 행위가 지난해 정부가 시작한 자금 유출 제한과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은행 당국은 다롄완다를 포함해 최근 해외 M&A에 열을 올렸던 중국 기업들의 대출 기록을 검토해 부채가 신용 리스크 상승으로 이어진 회사가 있는지를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는 항공사로 시작해 여행사부터 호텔과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문어발식 M&A로 중국 안팎에서 우려를 샀던 HNA그룹도 있었으나 HNA는 이러한 당국의 우려를 의식해 곧바로 해외 M&A 활동을 대폭 줄였다고 WSJ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이 직접 자국 기업의 해외 M&A 자금 조달 제한에 나선 것은 이들의 무리한 투자 활동이 중국 금융 시스템은 물론 전반적인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개혁과 관련해 당국자들을 소집해 기업 부채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도 이번 조치와 맥락을 같이한다.
문제가 된 다롄완다의 해외 M&A는 총 6건이다. 지난해 35억 달러에 사들인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와 미국 극장체인 AMC와 카마이크, 유럽 극장체인 오데온과 노르딕 시네마, 영국 요트 제작업체 선시커요트 등이다. 이 가운데 오데온과 노르딕 시네마는 아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단계다. 여기에 부동산 사업부의 경우 홍콩증시에서 상장폐지를 위해 44억 달러를 투입한 것도 당국의 눈초리를 받는 대목이다. 이달 초 완다가 갑작스럽게 호텔과 여행 사업을 93억 달러에 부동산개발업체 룽창중궈(Sunac China Holdings)에 매각한 것도 이번 조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개발업체로 시작한 왕 회장은 부동산에서 눈을 돌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왕국 건설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해외 M&A를 진행해왔다.
한편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다롄완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