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의 지수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코스피는 17일 개장과 동시에 2427.76으로 장중 최고치를 또다시 기록하며 연일 상승랠리를 달리는 반면, 코스닥은 650선을 지루하게 횡보하고 있다. 증권가는 양 지수의 격차가 당분간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14포인트(0.21%) 상승한 2414.63으로 거래를 마쳤다. 13일(2409.40)에 이어 이틀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그러나 코스닥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1.42포인트) 654.11로 힘없이 마감했다.
이날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간 지수 격차는 1760.52로 벌어졌다. 직전 최대치인 전날의 1756.80을 다시 한 번 뛰어넘은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격차도 1361조 원으로 늘어났다. 14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570조8700억 원으로 코스닥(209조8600억 원)보다 약 7.5배 많았다.
대형주 위주의 증시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두 지수의 격차는 점차 커져만 가고 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지속 경신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 중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호황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2위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은 지난해 8월 15일 705.18을 찍은 이후 1년 가까이 700선을 밑돌며 박스권을 횡보하는 처지다. 지난달 67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에 도달했지만, 다시 하락하면서 현재 650선을 맴돌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압도적인 대형주 투자 매력의 그늘에서 코스닥 시장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 증시의 수급 주체인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화학, POSCO,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이다. 기관도 코스닥 시장을 외면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기관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코스닥을 팔아치웠다.
특정 산업의 편중이 심한 점도 코스닥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는 우리경제의 산업 구성을 그대로 반영, 업종별로 순환하면서 추세적으로 지수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IT와 바이오 등에 편중된 코스닥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부 IT기업은 코스닥 지수와 별개로 코스피 대형주 장세와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코스닥의 또 다른 축인 바이오업종의 부진이 전체적인 상승분을 계속 갉아먹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지수의 상승을 위해서는 코스피처럼 탄탄한 실적 확인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랠리 역시 연간 이익 성장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코스닥의 이익 전망치가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을 10조2600억 원으로 예상,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개별 기업별 이익 차별화는 여전히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목표지수를 놓고 조급해하기보다는 좋은 기업을 찾는다는 관점에서 코스닥 시장에 접근해야만,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