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프랑스에서 11억2000만 유로(약 1조4682억 원)에 달하는 체납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 프랑스 행정법원의 판결은 유럽 국가들과 구글, 나아가 실리콘밸리와의 세금 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행정법원은 12일(현지시간) 구글이 프랑스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받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프랑스 행정법원은 구글이 프랑스에서 한 광고 사업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또 “구글은 아일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어 프랑스 지사에서 2005~2010년간 사업에 과세한 프랑스 세무당국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간 프랑스 국세청은 구글의 프랑스 지사가 온라인 광고 등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파리와 런던 등에서 지사를 운영하지만, 본부는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두고 있다.
구글의 대변인은 “프랑스 법원은 구글이 국제 표준 세법을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날 판결을 환영했다. 또 “우리는 프랑스의 경제 성장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글이 받은 판결은 세금,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규제에 직면한 실리콘밸리 기업의 승리로 해석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유럽연합(EU) 당국은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억2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은 경쟁 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방해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했다”며 “쇼핑, 여행, 지역 검색 서비스 등 구글은 자회사에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EU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구글에 그동안 밀린 세금을 내게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EU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U 국가들은 작년에 스페인은 구글 지사를 급작스레 조사했고, 이탈리아 세무 당국은 올해 초 10여 년간의 미납세를 내라며 3억600만 유로를 지급하라고 구글에 명령했다. 영국은 2015년에 세계 최초로 ‘구글세’를 도입했다. 구글세는 영국에서 번 돈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면 이전액의 25%를 세금으로 물리는 것을 뜻한다. 대상으로는 구글뿐 아니라 조세 회피를 하는 다국적 기업 모두가 포함된다.
EU는 앞서 애플에 130억 유로의 세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또 아마존닷컴이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로 수익을 옮기고 있다며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애플은 EU의 체납세 납부 명령에 항소했고, 아마존은 탈누한 세금이 없다고 반박했다.
EU가 미국 IT 업계에 공세를 가하는 중에 프랑스 행정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럽 각국이 미국 IT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겨누고 있지만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