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 산 덮친 화마에 여의도 면적 143배 숲이 사라졌다

입력 2017-07-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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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산불 피해면적 4만1504㏊…‘예방·진화·복구’ 산림청 중심 통합관리해야

일반적인 화재와 같이 산불도 소방대원이 진화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소방인력도 동원되지만 주력 부대는 따로 있다. 산림청 직원들이다.

13일 산림청에 따르면 해마다 수백 건에 달하는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입산자 실화나 논ㆍ밭두렁 소각 등 사람에 의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동해안 산불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은 총 7784건에 달한다. 연평균 458건으로 매일같이 발생한 꼴이다. 올해는 강릉 산불을 포함해 상반기까지만 58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2000년부터 지난달까지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4만1504헥타르(ha) 규모다. 여의도 땅의 143배로, 서울의 3분의 2가 넘는 넓이의 숲이 불에 타 사라진 셈이다. 재산상 피해는 216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처럼 끊이지 않는 산불이 거의 모두 인재(人災)라는 사실이다. 자연 발생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발생한 산불의 원인만 봐도 △입산자 실화 199건 △논ㆍ밭두렁 소각 88건 △쓰레기 소각 87건 △건축물 화재 27건 △담뱃불 실화 22건 △성묘객 실화 17건 △어린이 불장난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실화나 소각을 막을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산림청 진화대원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한창이던 5월 초 일어난 강릉·삼척·상주 지역의 대형 산불로 산림헬기 정비사가 순직했다. 삼척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비상착륙하며 벌어진 사고였다. 고인은 평소 딸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성실한 가장으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게 했다.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면서 산림청을 주축으로 하는 원스톱 진화 시스템 구축의 당위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불은 길이 끊겨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는 입체적인 공간에서 지형과 기후, 산림 특성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에 기후 변화로 산불이 빈발하는 미국과 캐나다, 이태리 등 선진국에서는 숲과 산림 특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산불 업무를 담당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불 발생 시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와 군 등에서 산발적으로 진화 인력이 동원돼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산림청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산림청)
▲산림청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산림청)

각 기관이 공조하는 형태지만 지휘 체계의 혼선으로 초동 대응에 늦으면서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소방당국과 국방부, 지자체가 보유한 헬기도 지역별로 분산돼 따로 지휘를 받기 때문에, 산림청 중앙산불상황실에서 긴급 요청을 하더라도 지원의 신속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방부터 진화, 복구까지 하나의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적 산불관리(IFM, Integrated Fire Management)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제적으로도 산불 예방 및 진화 업무는 생태적 산불방지 및 산림특성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이 대세라는 게 산림청 입장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다른 기관에서 뒤늦게 지원헬기가 와도 효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산림헬기는 물탱크를 부착한 대형기 위주로, 인명구조가 주목적인 중소형 소방헬기와 담수량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또 산불을 진화하려면 가능한 땅에 낮게 붙어 저공비행을 하며 물줄기를 직사(直射)로 내려 불길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운용 숙련도가 요구된다.

헬기가 높은 데서 멀찌감치 떨어져 비 내리듯 물을 흩뿌리면 효력이 떨어진다. 산림청 헬기는 진화 외에도 병해충 방제 등에 활용돼 산림에서의 운용 숙련도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지상에서도 소방당국의 장비는 산림 하단부에 위치한 주택을 보호하거나 진화 용수를 공급해주는 보완적인 기능에 적합하다. 헬기로 주불을 잡은 후 사람이 직접 산림에 깊숙이 진입해야 하는 잔불 진화, 뒷불 감시는 전문장비를 갖추고 교육훈련으로 숙달된 산림청 대원이 주로 수행한다.

전문대원이 부족하면 산림청의 일반직 공무원들도 정장차림에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양동이에 물을 퍼 나른다는 전언이다. 본청을 제외한 동·서·남·북·중부 지방청과 수목원, 휴양림 직원이 상시 투입된다.

이들은 산불 진화를 비롯해 숲에 관한 것만큼은 산림청이 최고라고 입을 모아 자부한다. 현재 산림청 공무원과 정규직은 약 2100명, 계약직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은 200여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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