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이 출범 2개월여 만에 진용을 갖췄다.
새 정부 1기 청와대ㆍ내각 구성을 보면 대부분 노무현 정부나 시민단체 출신이거나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약한 인사들로 중용됐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차관급 이상 인사 중 12명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국내 최초로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등을 통해 재벌개혁을 주장했다.
장 정책실장은 1999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여해 무려 8시간30분 동안 집중투표제 도입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 결국 표결로까지 이어진 건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제일모직 소액주주 2명과 함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하게 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며 2006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130억여 원 배상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년 넘게 시민단체 활동을 해 왔고,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역임하며 줄곧 재벌개혁론을 주창해왔다.
내각에선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에선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이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 역시 한국여성재단 상임이사 출신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촛불’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중심에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있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민단체 출신 캠프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되는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린다. 우선 개혁 인선으로 이전과 다른 시각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시민단체가 가진 투명성과 전문성, 헌신성 등이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하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 정부에서 영향력이 부쩍 커진 시민단체의 권력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시자에서 동반자로의 이동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권력의 오ㆍ남용에 대한 감시와 견제보다 정권 편들기에 앞장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해서 요직에 기용된다기보다 각자 영역에서 쌓은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경제단체와 주류 연구기관들은 사실상 정부 요직에서 배제돼 위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경제ㆍ경영단체는 문재인 정부에서 홀대받는 분위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14일 만에 경제 5단체장과 오찬한 것과도 비교된다.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경총포럼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행정 경험이 없는 교수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기존의 정책 역사를 무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재계와 노동계,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 타협을 이뤄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