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들이 새 정부의 규제 강화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산업이 어려워진 배경에는 과다출점으로 시장이 포화되면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극심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편의점과 온라인몰 급성장이 전통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형마트 출점 기준은 인구 15만~20만 명당 1개가 적정 수준인 것으로 일반화하면서 꾸준히 출점을 이어왔으나 최근 몇 년 새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이 같은 출점 기준이 무의미해졌다. 이미 구매력을 갖춘 일부 상권에서는 할인점과 백화점 등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미국,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점포 과포화가 업계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상권의 출점 효과에 기댄 성장도 한계에 이르렀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수는 1999년 115개에서 2002년 230개, 2006년 331개, 2010년 437개, 2015년 515개로 꾸준히 늘었지만 매출액은 2010년 33조5000억 원에서 2013년 39조1000억 원, 2015년 39조4000억 원 등으로 정체돼 있다.
실제로 전통 유통채널의 성장세는 국내 소매시장 성장률을 크게 밑돈다. 통계청과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국내 소매 시장은 2016년 305조 원에서 2020년 368조 원으로 연평균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1.8%, 백화점은 1.2% 성장에 그친다. 반면 1인 가구 증가와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편의점의 연평균 성장률은 소매시장 성장률의 2배 수준인 9.6%로 나타났다.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 연평균 18.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미국과 일본 유통업계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미국은 아마존의 등장 이후 시어스홀딩스와 메이시스 등 백화점의 폐점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로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지방 대형마트와 양판점 폐점 등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의 폐점은 일자리 급감을 비롯해 빈 점포 처리 등의 사회문제로도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성장기에는 동종 업종 간 경쟁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 아웃렛, 온라인 등 유통 채널의 확산으로 경쟁 상대 역시 확장ㆍ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