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홍콩의 채권시장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이른바 ‘채권퉁’이 3일 시작됐다.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통화청(HKMA)은 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서를 발표해 채권퉁 개통을 공식 확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5월 16일 채권퉁을 승인했다. 양측은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인 3일을 맞아 채권퉁을 개통한 것이다.
아직 본토 투자자의 홍콩 채권시장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콩을 통해 10조 달러(약 1경1450조 원)에 달하는 중국 채권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채권퉁은 중국 상하이, 선전증시와 홍콩증시를 연계하는 후강퉁과 선강퉁에 이어 세 번째 자본시장 연결이다. 정책은행인 중국농업개발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이 3일과 4일에 각각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채권퉁으로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투자 분위기를 한껏 띄울 계획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캐리 람 신임 홍콩 행정장관 취임식 겸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 홍콩의 독립 추진 세력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채권퉁을 통해 시 주석은 홍콩 금융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는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자국 자본시장을 개방해 글로벌 금융시장과 통합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최신 조치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글로벌 증시 벤치마크인 MSCI신흥시장지수에 본토증시 A주를 편입시키는 성과를 냈다.
존 탄 스탠다드차타드 대중화ㆍ북아시아 금융시장 대표는 “지난 수주간 우리 고객 상당수가 이미 채권퉁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며 “높은 금리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채권퉁 개시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훙신증권의 장민 수석 채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으로의 투자 채널만 열려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본토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채권시장이지만 여전히 폐쇄성이 커서 외국인 비중은 그동안 1.5%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채권퉁이 시작되면 이런 상황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낙관했다. 홍콩거래소(HKEx)의 찰스 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투자기관들은 이미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 본토 채권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채권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이나 다른 해외 채권을 취급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중국 채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른 수요는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자산운용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채권시장 규모가 앞으로 5년간 두 배로 커져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중에서도 지방채 시장은 현재의 1조 달러에서 앞으로 3년간 3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3조8000억 달러인 미국 지방채 시장규모와 맞먹게 되는 것이다.
채권퉁은 중국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찰스 리 CEO는 “위안화는 지난 2015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됐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위안화 자산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권퉁과 함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주요 채권지수에 중국 채권 편입을 추진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채권이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되면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벤치마크 지수 구성에 따라 자금을 할당하면서 최대 2500억 달러의 추가 외국인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앞서 지난 4월 내년 2월부터 씨티 세계국채지수의 3개 하위지수에 중국 국채를 편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씨티는 또 지난주 중국 본토 채권시장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지수 2개, 씨티중국브로드채권지수와 리레이티드씨티중국브로드채권지수(은행간 시장 전문) 서비스도 시작했다.
다만 투자자의 다양성 부족,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시장 혼란, 국채와 지방채 은행채 등에 대한 편중 등은 중국 채권시장에서 개선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