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마존닷컴과의 제휴를 완강하게 피해왔던 세계 최대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나이키는 2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아마존 사이트에서 일부 상품을 시범적으로 공식 판매한다고 밝혔다.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운동화와 의류, 기타 상품 등에서 제한된 품목을 아마존에서 판매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존재감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시범 프로그램의 결과를 놓고 판단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나이키와 아마존의 제휴 소식을 보도했는데 이날 파커 CEO가 이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나이키와 아마존 모두 가짜 상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나이키는 제3자 판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나이키는 아마존에서 직접 물건을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류 브랜드가 나이키였다. 아마존에서 나이키 제품을 검색한 결과 약 7만3000개 항목이 나왔다고 WSJ는 전했다.
나이키는 아마존과 거의 10년이나 제휴를 놓고 논의를 벌여왔지만 그동안 강한 거부감을 보여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아마존에서 제3자 판매업체들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태도를 바꾸게 됐다.
북미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새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진 것도 아마존과 손을 잡은 주이유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나이키의 회계 4분기(올해 3~5월) 매출은 중화권과 유럽시장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86억7700만 달러(약 9조9143억 원)를 기록했다. 중화권 매출이 전년보다 16%, 서유럽은 12% 각각 증가했지만 최대 시장인 북미는 1% 증가에 그쳤다. 매출 총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9%에서 44.1%로 낮아졌다.
지난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6% 늘어난 343억5000만 달러, 순이익은 13% 증가한 42억40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아마존과 손을 잡은 나이키 최대 경쟁사 아디다스는 미국 운동화시장 점유율이 연초 7%에서 지난달 11%로 높아졌다.
캐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는 “아마존이 바로 미국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며 “스포츠 용품시장에서 약 5분의 1을 온라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은 세계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