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감속기 부문에서 국내 시장을 주도했던 해성굿쓰리가 매물로 나왔다. 최대채권자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물론이고 경쟁사 등 다수의 SI들이 관심을 드러내면서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IB업계에 따르면 해성굿쓰리는 최근 인수·합병(M&A)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딜 규모는 350억~4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해성굿쓰리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사용되는 감속기를 개발·생산하던 업체다.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오티스(미국), 티센크루프(독일) 등과 거래하며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이 65%에 이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신용보증기금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뛰어난 기업에 부여하던 ‘신보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무리한 신규사업 진출과 과도한 기술투자로 2015년부터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특히 오티스가 주요 부품 거래처를 중국으로 옮기면서 2012년 500억 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2015년 300억 원대로 줄었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인천지방법원에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회생 매물이지만 과거 상당한 투자로 확보한 기술력이 뛰어나 이번 매각에 인수의지를 가진 참여자가 많은 상황이다. 특히 해성굿쓰리 담보채권의 60% 이상을 보유한 최대채권자 유암코와 2대채권자 유진자산운용 등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직접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유암코는 지난 5월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결성한 600억 원 규모펀드에서 인수자금을 끌어올 계획이다.
전체 감속기부문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양감속기 역시 해성굿쓰리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유인이 크다. 국내 시장 포화로 삼양감속기의 매출 규모 역시 2012년 이후 소폭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해성굿쓰리가 수백억 대 투자·개발로 취득한 산업용 로봇 감속기 기술에 대해 다수의 SI가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로봇 감속기 기술은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상태로 중국 등으로 주요 납품처가 이미 확보된 상황이다. 다만 국내 유일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매물로서 가격에 비해 바로 매출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이 뛰어나 국내 회사뿐 아니라 외국계 투자자들 역시 눈독을 들일 만 하다”며 “이번 M&A가 잘 마무리되면 빠르게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