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중심을 고집하지 않는다.
동서남북의 가운데가 중심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가장 수심 깊은 곳이 중심이라고도 주장하지 않는다.
호수는 누구에게든 자기의 중심을 내어 준다.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중심으로 받아들인다.
청둥오리나 황소개구리, 청개구리나 소금쟁이에게도, 물방개나 실잠자리에게까지도 공평하다. 심지어는 바람에 날려 온 꽃잎에게조차 기꺼이 중심을 내어 준다.
깜박 잊는 일도 없다. 빗방울 하나도 홀대하지 않으며 성심껏 초심으로 대한다. 하여 비가 오는 날에는 무수한 빗방울 하나하나가 다 중심이어서
호수 전체가 통째로 중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