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기업심리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발발 당시만큼 급락했다. 예상외로 국제유가가 하락한데다 조선업체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제조업도 정부의 6·19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4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향후 전망치 역시 떨어져 기업심리는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비제조업 업황BSI도 전월보다 4포인트 내린 7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이어온 오름세가 꺾인 것이며, 지난해 2월(-4포인트) 이후 1년 4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BSI란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현재 판단과 향후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이 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음을,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속성상 하향 응답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기준점을 낮춰볼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은이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1월이후 현재까지 제조업 업황BSI 평균치는 80이었다. 아울러 기준치 100을 넘긴 때는 2010년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화학제품이 국제유가 하락과 공급과잉에 따른 내수 및 수출 가격 하락 우려에 7포인트 하락한 86을 기록했다. 조선도 12포인트 급락한 35에 그쳤다. 최근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감부족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자도 스마트폰 등 휴대폰 수출부진과 액정표시장치(LCD) 수요 둔화 등으로 4포인트 내린 96을 보였다. 건설업은 6·19 부동산대책에 따른 주택경기 위축 우려에 6포인트 떨어진 68을 기록했다. 도·소매업도 유가하락에 따른 매출 및 채산성 악화 우려에 5포인트 내려 71을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를 밑돌고 있는 중이다. 실제 이달 1일부터 20일 현재까지 평균 두바이유는 배럴당 47.3달러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엔 50.72달러를 기록했었다.
부문별로는 대기업이 4포인트 떨어진 83을, 중소기업이 3포인트 내린 71을 기록했다. 수출기업은 85로 전월보다 3포인트 내렸다. 이는 작년 10월 2포인트 하락 이후 8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내수기업 역시 4포인트 떨어진 74를 보였다.
향후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7월 업황전망BSI의 경우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각각 지난달대비 4포인트씩 하락한 80과 76을 기록했다. 지난달 예측한 이달 전망치와 이번달 실적치간 차이는 제조업의 경우 6포인트, 비제조업의 경우 5포인트 낮았다. 이는 각각 2015년 6월(-10포인트, -13포인트) 이후 2년만에 가장 큰 폭의 격차를 보인 것이다.
최덕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유가 하락을 예측하지 못한데다 6·19 부동산대책과 4개월째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가 겹치며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기업심리가 하락했다”며 “반등을 위해서는 유가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줘야 한다. 정황상 단기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BSI)과 소비자(CSI)를 포함해 민간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경제심리지수(ESI)도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98.6)대비 0.8포인트 하락한 97.8을 기록했다. 다만 계절성과 불규칙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상승한 97.4를 보였다. 이는 2014년 2월(97.4) 이후 3년4개월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