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의 경제 지위를 바꾸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얻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격변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를 상대로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 주라고 요구하며 제소한 것에 대해 “WTO 내 가장 심각한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WTO에 2001년 12월 가입한 뒤 비시장 경제(NME)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은 WTO 시장 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중국 내 가격이 아닌 제3국 가격에 바탕한 반덤핑 관세를 물어왔다. 중국은 가입의정서 규정에 따라 15년이 지난 현재 시장경제 지위로 자동 전환해야 한다는 게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EU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값싼 제품이 흘러들어와 자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있다는 우려에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간 나는 중국의 비시장 경제 지위와 관련해 잘못된 결정은 WTO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측이 중국의 제소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WTO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FT는 라이트하이저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해정부가 중국과 WTO에 사실상 경고사격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이번 경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WTO를 포함한 국제기구와 미국 관계를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대통령에 당선되면 WTO를 탈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선 이후 트럼프는 WTO에 대한 위협 수위를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WTO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는 않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WTO를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그는 특히 미국 철강산업계에서 반덤핑 관세와 관련 소송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이 WTO는 물론 중국에 더 강경한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