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농식품 수출을 이끌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해외시장 수요 조사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와 산하 공기업이 불확실한 시장 수요 조사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업체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농식품부와 aT 등에 따르면 올해 초 정부는 할랄 식품 시장이 2020년 1조60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할랄은 이슬람에서 허용하는 식품을 말한다.
반면 aT는 올 3월 할랄 식품 시장 규모가 2015년 2조 달러에서 2019년 3조7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시했다. 2015년에 이미 농식품부의 2020년 전망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2019년에는 정부 예상치의 2배를 웃돌게 된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농식품부와 aT의 발표에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해외시장, 특히 식재료 제한이 까다로워 리스크가 큰 할랄 시장에 진입하려면 철저한 사전조사와 이를 토대로 한 상황별 대비책이 필수다.
그런데 정부와 산하 공기업이 내놓은 가장 기초적인 통계조차 크게 엇갈리면서, 신뢰도 저하와 불확실성 증대로 진출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모순된 행정을 야기한 주무부처와 산하기관 간 불통도 문제로 지목된다.
어렵게 진출했지만 대응 미비로 현지에서 수입 허가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돼지 유전자(DNA)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된 라면 4종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이번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이틀이 지나서야 대응에 들어갔다.
이정삼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대책으로 이슬람 수출업체들에 (이번 라면 같은) 라벨링 문제를 조심하라고 전파하고, 필요하면 할랄인증을 신청하라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할랄 식품 전망은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하는데 수치가 매년 바뀐다”며 “양 기관이 인용한 자료의 연도가 다른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할랄 시장 수출은 지난해 9억1300만 달러로 당초 목표인 11억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라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연간 증가폭이 미미해, 올해 목표인 12억 달러 달성도 요원하단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