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대표적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라면 4종류가 사실상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라면 업계에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진짜 그럴까.
인도네시아 식품의약청(BPOM)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삼양의 우동라면과 김치라면, 농심의 신라면블랙, 오뚜기의 열라면 등 한국 라면 4종류의 수입허가를 취소하고 유통된 제품을 전량 회수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페니 쿠수마투티 루키토 BPOM 청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유통되는 한국 라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부에서 돼지의 DNA와 일치하는 성분이 검출됐다”며 “그런데도 해당 제품에는 할랄 식품이 아니라는 표기가 되지 않아 피해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선별, 조리된 식재료를 쓴 음식을 말하는데, 이슬람 경전 쿠란은 돼지고기 먹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라면 중 일부는 과거 한국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제 전문지 데틱파이낸스는 인도네시아에서 돼지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판매할 때는 ‘돼지 성분 함유’라고 표시가 되어야 하는데, 해당 제품들은 몇년 전부터 이를 표시하지 않은 채 판매해오다가 이번 당국의 샘플조사에서 제대로 걸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국내에서는 식품업계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라면 업계의 경우 인도네시아 비중이 그다지 커 보이진 않는다. 인도네시아 식음료사업자연합(GAPMMI)의 아디 루크만 사무총장은 “한국 라면이 인도네시아 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지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 유통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틱파이낸스에 따르면 한국 라면은 인도네시아에서 개당 2만 루피아(약 1714원)에 팔리고 있다. 아마존닷컴에서 인도네시아 현지업체가 제조한 라면은 30개들이 한 팩에 약 16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은 2016년 130억 식으로 중국(홍콩 포함)에 이어 세계 2위다. 인도네시아의 라면 소비량이 막대한 건 사실이지만 국내산 라면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이번 사태가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유통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디 총장은 라면 수입업체 세 곳이 한국 라면을 유통시키고 있다며, 그 중 한 곳은 무궁화유통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한국과 중국에서 라면을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디 총장은 “돼지 성분이 검출된 건 한국 쪽에서 들여온 제품”이라고 분명히했다. 아디 총장은 돼지고기 성분이 포함된 상황에서 생산업체 측이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BPOM은 “몇 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생산업체 측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