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0년 이상 계열사 현황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첫 제재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공정위가 부영그룹 다음으로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진행 중인 하이트진로, 한화그룹을 손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공정위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에게 소속회사 현황, 친족현황, 임원현황, 소속회사 주주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 자료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18일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벌칙이 1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이중근 부영 회장은 2013~2015년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친족이 경영하는 7개사를 부영의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또한 2013년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소속 6개사의 주주현황을 실제소유주가 아닌 차명소유주로 기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신의 친족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7개 계열회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누락해 신고하고, 미편입 기간이 최장 14년간 지속된 점을 고려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며 “이 회장 본인과 배우자가 직접 명의신탁한 주식을 차명소유로 기재했고, 명의신탁 기간과 규모도 상당한 점도 고려했다”며 검찰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또 과거 동일한 행위로 조치를 받았음에도 위반행위를 반복한 점도 검찰 고발을 결정한 배경이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부영 다음으로 어느 곳을 제재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그룹은 하이트진로와 한화이다.
현재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그룹과 한화그룹의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두 그룹 중 한 곳을 정해 제재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와 관련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맥주 냉각기 제조·판매 기업인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차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이 99.91%에 달하는 비상장기업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의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이 회사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50%를,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