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요일 낮,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금융대전’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무리지어 등장했다.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묶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었지만 입으로는 준비한 자기소개를 중얼거렸다.
“뭘 그렇게 외우고 있어요. 평소 말하듯이, 긴장 풀고 봅시다.”
이날 모의면접관을 맡은 최민제 KB국민은행 인력지원부 차장이 면접을 앞둔 학생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그제야 학생들은 굳었던 어깨를 잠시 풀고 면접장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이날 모의면접은 지난해와 달리 부스를 걷어내고 완전 공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융대전에 참석한 상당수 관객이 모의면접장에 몰려 예비 금융인들의 자기소개에 귀를 기울였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압박감이 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당찬 포부를 이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 연속 모의면접에 참여한 황세영(18·동일여자상업고)양은 “실제 면접과 비교하면 모의면접은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완전 공개 방식으로 진행하니 비슷한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 양은 지난해 금융대전 모의면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실력자다. 이미 금융회사들의 상반기 고졸채용이 거의 마무리 된 상황이지만 아직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영 동일여자상업고 금융경영부장은 “예년엔 금융과 내 70여명 학생 중 10% 이상이 상반기 금융회사 입사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아직 좋은 소식이 없다”며 “금융권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 면접 기회 자체도 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지점 통·폐합에 나서면서 고졸 입사자는 물론이고 대졸 이상 취업준비생이나 재취업자들의 취업문이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100명에 못 미쳤던 모의면접 참여자가 올해 120명 이상으로 늘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사전 신청자 수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현장에 관람을 온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이력서를 출력해 모의면접을 신청하기도 했다.
최 차장을 비롯해 국내 4대 시중은행과 대형 보험사 채용 담당자 8명은 면접자들에게 질문과 조언을 번갈아 던지며 ‘인재찾기’에 진지하게 임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과장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되새긴 후 대답해도 늦지 않다”며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기억이 나는 답변을 하라”고 조언했다. KEB하나은행에서 인사 업무만 5년 이상 담당한 베테랑 이원석 차장은 보수적인 금융회사 면접에서 되도록 발목 양말은 피하라는 팁을 일러주기도 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이 공개면접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30여년 간 여신업무를 맡다 지난해 7월 은퇴한 김영재(56) 씨는 “이 자리를 통해 스스로 더 성장하고 싶었다”며 “경제 관련 강사 등으로 재취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들과 면접관 사이 열띤 대화가 오가며 오전 은행 모의면접과 오후 보험 모의면접 모두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면접관들은 △용모 및 태도 △인성 △표현력 △장래성 △상식 및 전문지식 등을 꼼꼼히 평가해 최우수 면접자를 뽑았다.
이원석 하나은행 차장은 미처 상을 주지 못한 우수 참여자에게 별도로 금융관련 서적 등을 선물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다른 면접관들 역시 모의면접이 종료된 후로도 상당시간 장내에서 면접 참여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권윤경(26·여) 씨는 “상반기 대졸 은행 공채가 거의 없어서 기업 인사담당자와 면접할 수 있는 시간이 귀했다”며 “최근 금융권 취업도 탈자격증화 되는 추세여서 면접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