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34. 강정일당(姜靜一堂)

입력 2017-06-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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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속에서도 ‘여자 성인’ 꿈꾼 양반 부인

강정일당(姜靜一堂·1772~1832)은 20대 후반에 학문을 시작해 일가를 이룬 여성이다. 본관은 진주이며 충청도 제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강재수(姜在洙)이며 어머니는 권서응(權瑞應)의 딸이다. ‘정일당’은 남편이 부인의 학문과 실천을 귀하게 여겨 지어준 호(號)다.

정일당은 스무 살에 충청도 충주에 사는 14세의 선비 윤광연(尹光演·1778~1838)과 혼인했다. 정일당과 남편 모두 양반가 후손이나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27세 되던 해에 정일당은 남편과 함께 가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경기 과천으로 왔다. 이곳에서 남편이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으나 대부분 생계는 본인이 삯바느질 등을 하면서 도맡았다.

정일당이 본격적으로 학문을 시작한 시점도 과천에서였다. 이곳 삶은 “사흘째 밥을 짓지 못했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녹록지 않았지만 일하는 틈틈이 공부했다. 정일당에게 공부란 가난을 이겨내는 즐거움이자 수신(修身)의 길이었다. 정일당은 하늘이 부여한 성품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는 당찬 생각도 가졌다. 남편에게 “…비록 여자라도 노력하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떤지요?”하고 물었다.

정일당의 학업에 도움을 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한집에 살면서도 남편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본인의 학업 진도를 알리고 질문하고 토론했다. 정일당은 남편의 스승과 교우들에게도 남편 대신 글을 보내 질문했다. 남편 사랑방에 명망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강론이 열리면 이때 어떤 책을 언급했으며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지 기록해서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런 방식으로 틈틈이 해나간 공부는 점점 쌓여갔다. 남편도 의심나는 부분이 있으면 아내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공부의 성취가 많아지면서 남편 대신 글을 짓기도 했다.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서 요청받은 글이 있으나 사정상 짓지 못하면 대신 써주었다. 스스로 “부인의 할 일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알까 두렵다”고 하면서도 글을 지었다.

또한 행여 남편이 나태해지거나 다른 일로 시간을 소비하면 편지를 보내 일깨워 주었다. 당대 대유학자 홍직필(洪直弼·1776~1852)이 지은 정일당의 묘지명에도 “윤광연이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학문에 힘썼는데 부인으로부터 얻은 것이 많았다고 한다”고 적혀 있다.

정일당은 독학으로 꿈을 향해 나아갔다. 아홉 자녀 모두 일찍 죽는 불행 속에서도 공부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정일당은 생전에 30여 권에 이르는 저술을 했으나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잃어버렸다고 한다. 다행히 남편이 남아 있는 글들을 모아 간행한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가 오늘날 전하고 있어 다행스럽고 소중하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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