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탑과 YG, 그리고 세월호

입력 2017-06-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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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또 연예인 마약 범죄다. 비난과 비판이 쏟아진다. 대마(大麻)는 마약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5일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던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30·본명 최승현)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탑이 지난해 10월 네 차례 대마를 흡연한 혐의다.

연예인의 연관 검색어 중 하나가 ‘마약(痲藥)’이다. 마약 하면 연예인을 떠올리는 상황이 됐다. 오죽하면 영화 ‘부당 거래’를 비롯한 적지 않은 영화와 드라마에 정권이나 비리 검사에 대한 비난을 호도하기 위해 연예인 마약 조사를 벌인다는 내용까지 등장할까.

마약 투약 혐의로 법정에 선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한 주장처럼 대마초나 마약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국가가 단죄할 수 없다는 항변도 있지만, 마약 투약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빅뱅의 마약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2011년 대마초를 흡연해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탑 사건 직후 공개 사과를 했지만, 빅뱅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연예인 관리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쏟아졌다. 시가총액 5856억 원(14일 현재)의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빅뱅, 위너, 강동원, 김희애 등 수많은 스타가 소속된 YG의 연예인 육성·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YG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SM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연예기획사까지 확대됐다. 마약 범죄는 연예인 개인적인 원인도 있지만,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육성·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된다. 대중매체와 연예기획사에 의해 구축된 연예인 이미지와 실제와의 간극이 크다. 톱스타에서 무명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연예인은 작품의 흥행 여부와 인기도에 따라 몸값이 급변하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전쟁터에 내던져진다. 창작의 고통이나 예술적 완성도를 위한 고민도 뒤따른다. 젊은 나이에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수입과 대중의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중의 시선을 항상 의식해야 하므로 인간 관계가 매우 폐쇄적이다. 이런 연예계의 특성으로 초래되는 연예인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연예기획사 시스템은 연예계 특성에서 초래되는 연예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상품으로 간주하며 최대 이윤 추구에만 열을 올린다. 연예인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기회와 환경 제공은 외면한다.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육성 시스템도 문제투성이다. 연예기획사의 육성 과정에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규범을 배우는 사회화 교육이나 공동체 생활, 도덕, 인성 교육은 거의 없다. 학교 수업에 대한 학습권 보장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오로지 연기, 댄스, 가창력 등 연예인이 되기 위한 테크닉 훈련에만 치중한다. 연예인이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회화와 인성 교육의 진공 상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죄의식 마비와 인성 실종, 도덕 불감증의 연예인이 양산된다. 연예기획사가 육성하고 관리하는 연예인 중 일부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잊거나 욕망과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마약에 빠진다. 성폭력 등 연예인 범죄도 급증한다. 심지어 자살하는 연예인도 속출한다.

대중문화와 한류의 주역이라는 화려한 찬사에 가려진 채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육성·관리 시스템의 병폐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사람보다 돈을 우선해 평형수(平衡水)를 버리고 화물을 더 실어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비극이 연예계에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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