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오후 8시에 끝난 총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가 압승해 의회를 장악할 것으로 관측됐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하원의석 577석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70%에 해당하는 400석 이상을 앙마르슈가 차지할 것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출구조사대로라면 이번 총선은 여당의 역사적인 대승인 셈이다. 1958년 제5공화국이 시작된 이래 여당이 최대 의석을 차지한 총선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이 제로(0)였던 마크롱 정권은 안정적인 국정 기반을 확보해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에두아르 필리페 프랑스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비록 투표율은 낮았지만 프랑스 국민이 보여준 메시지는 명확했다”며 “수백만의 국민이 대통령의 개혁과 화합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대선 이후 총선에서 여당에 지지세를 몰아주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속한 공화당은 결선투표에서 46%,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가 속한 사회당은 40%의 의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기존 의석이 하나도 없는 신생 정당인 만큼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우려도 컸다. 마크롱은 외치와 내치 모두에서 민심을 움직이며 이러한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마크롱은 외교 무대에서 강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배짱을 과시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 대결에서 지지 않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지난 대선 때 러시아 국영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고 지적했다. ‘스트롱 맨’으로 불리는 세계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키며 ‘완벽한 외교 무대 데뷔’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크롱은 장관을 포함한 조각에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탕평 인사를 단행하며 민심을 잡는 데 쐐기를 박았다. 공화당 의원인 필리페를 총리로 앉혔고, 공화당과 사회당을 넘나들며 장관을 내정했다.
한편 프랑스 총선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2차 투표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과반 이상인 후보는 바로 당선되나 과반 득표자가 없는 선거구는 오는 18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투표에서는 12.5% 이상 얻은 후보들끼리 경쟁하며 최종 당선자는 최다 득표자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