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현충일이다. 현충은 ‘顯忠’이라고 쓰는데 각각 ‘나타날 현’, ‘충성 충’이라고 훈독한다. 여기서의 ‘忠’은 ‘충성’으로 풀이하기보다는 ‘충혼(忠魂: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분의 혼)’으로 풀이하는 게 좋겠다. 따라서 ‘현충’은 ‘충혼이 나타난다’는 뜻이고,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충혼이시여! 오늘 하루라도 우리 앞에 나타나시옵소서!” 하고 빌면서 나타나신 충혼을 향해 추모의 제사를 올리는 날이다.
6·25전쟁으로 인해 이 땅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군인은 전쟁을 하다가 죽었고, 일반인은 피란을 다니다가 날아온 총알이나 포탄의 파편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인민군에게 끌려가서 죽었고, 더러는 우리 국군에 의해 공산당으로 몰려 죽기도 했다. 이념의 노예가 되어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꼭 죽여야만 할 원수로 여기며 벌인 처참한 전쟁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전사한 군인들을 안장하기 위해 동작동에 국립묘지를 조성하면서 현충일도 제정하였다. 이후, 국립묘지에는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분들이 안장되었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국립묘지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아버지, 삼촌, 오빠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물로 젖는다. 나라에다 아들을 바친 부모들의 피눈물이 고인다. 뉘라서 그 눈물을 보며 가슴이 저미지 않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을 현충일답지 않게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침 일찍 조기를 다는 사람도 많지 않고 10시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을 올리는 사람도 드물다.
현충일엔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충혼을 기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임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 우리 국민 중에 현충일 노래를 다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