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거치용과 휴대용 모두 사용 가능한 게임기 ‘스위치(Switch)’의 폭발적인 인기로 딜레마에 빠졌다.
닌텐도는 스위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같은 부품을 쓰는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와 부품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년 3월까지 1년간 스위치의 공식 판매 목표는 1000만 대다. 그러나 닌텐도가 생산 가능하다면 1000만 대 이상 판매는 이미 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소식통들에 따르면 닌텐도는 부품 공급업체들에 2000만 대에 달하는 물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닌텐도는 출시 첫 달인 지난 3월 스위치를 274만 대 판매했다. 스위치 인기에 닌텐도 주가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스위치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이미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 기타 디지털 기기에 폭넓게 쓰이고 있어 산업 전반에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액정 디스플레이, 스위치 콘트롤러에 들어가는 작은 모터 등이 포함된다. 닌텐도 스위치까지 가세하면 부품난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다.
도시바 대변인은 “애플과 중국 업체 등 우리 고객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7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올가을 아이폰 데뷔 10주년 기념폰까지 가세하면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같은 스마트폰 업체와 데이터센터용 서버 제조업체들이 부품업체들에 비교적 좋은 조건, 즉 마진을 좀 더 보장하거나 대규모 물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닌텐도가 쟁탈전에서 열세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닌텐도가 부품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면 스위치 생산원가가 소매 판매가인 299달러(약 34만원)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기미시마 다쓰미 닌텐도 사장은 “손해를 보면서 스위치를 팔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닌텐도는 지난 3월 수요 폭증에 유럽, 미국으로 제품을 항공 배송하는 등 비싼 조치를 취했다. 손실을 꺼려도 스위치를 구입하지 못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것을 방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닌텐도는 연말연시 쇼핑 시즌을 대비해 여름에 해상운송으로 미국에 여분의 물량을 공급한다”며 “그러나 부품난에 지금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에 닌텐도는 연말 항공배송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