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5월의 푸름과 아이들

입력 2017-05-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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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역시 계절의 여왕 5월답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고통의 4월을 보내고 나니 5월의 푸름은 그냥 좋다.

이런 좋은 계절을 사람으로 본다면 중·고등학교 시절이 아닐까? 그러나 과연 ‘우리 학생들이 아름답고 푸른 5월을 보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5월 초 중학교 1학년생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갔다. 산속에 자리 잡은 그곳은 아이들이 2박 3일을 지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처음엔 휴대폰을 수거하고 텔레비전도 안 나온다는 말에 아이들은 실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연과 동화된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서 평소에 보지 못한 환하고 즐거운 표정이 나타났다. 속으로 놀랐다.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공부해라’, ‘뭐 하지 마’, ‘안 돼’ 등 주로 부정적인 말만 듣던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순수하고 밝은 웃음을 찾기 힘들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옆 친구를 놀리고 공격하는 송곳 같은 말을 자주한다.

복도를 지나가다가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비수(匕首)와 같은 말을 내뱉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 아이들이 왜 이럴까?’,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지치고 날카롭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러나 이번 체험학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 아이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순수하고 즐거우며 천진난만했다. 최신 전자기기가 없어도 충분했다. 친구와 자연만 있어도 너무 즐거워했다. 글에서만 배우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이렇게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2박 3일 동안 천천히 아이들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며, 같이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속에 있는 숙소라 그런지 거미, 돈벌레 등 곤충이 많아서 아이들이 조금은 불편해했지만 짜증이나 화, 분노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벌레들을 보고 놀랐지만, 돌아서서 다시 친구들과 웃고 있었다. 혼자 놀거나 왕따당하는 모습도 없었다. 서로 공격하고 싸우는 말도 없었다.

산책을 하며, 공예 체험을 하고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모습이다. 강압적이고 지시적이고 교과서적인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몸소 느끼고 체험해서 깨닫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과서와 말로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고민해 대안을 제시할 때이다. 창의성 교육, 혁신 교육을 교실에서 말로만, 교과서로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을 생각하자.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학교생활이 즐겁고 배움이 즐거운 교육 환경을 만들자.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라, 탁상에 앉아서 교육을 정하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춰 우리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길 바란다.

교육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교육에서도 사람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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