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규모 가계부채 탕감 정책이 예고되면서 벌써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달리 채무 탕감의 원리금 범위를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개회한 6월 임시국회에서 문 대통령의 공약인 ‘소액·장기 연체 채무 소각’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한다. 이번 임시국회에 앞선 26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이 장기채권의 채무면제를 통한 가계부채 관리를 공통공약으로 내놨다”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이 공약을 우선 검토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채무자 구제 공약은 원금의 일부를 깎아주던 이전 정부의 정책과 다르게 원금과 이자의 완전 탕감을 약속한 것이어서 강도가 가장 센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 대상은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재조정을 받는 이들인데, 특히 10년 이상 경과된 장기 연체채권의 원리금 소각액을 최대 5000만 원까지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산 파악을 어떻게 할지, 채무감면 후 미신고 재산 발견 시 대처 방법 등이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채무 탕감 대상자에 대해 증빙문서 제출을 의무화하거나 국세청 자료를 받는 문제 등이 다뤄질 수 있다.
부채 탕감 정책은 과거에도 정권 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빚 탕감 및 연체기록 삭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20만 명에 대한 신용대사면이 공약됐다. 이후 들어선 박근혜 정부 역시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2만 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 빚 탕감을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00만 명의 소액·장기연체 채권의 완전 소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가 실무 검토 중이다.
다만 부채탕감 정책을 발표한 역대 정부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 등으로 대부분 규모가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부채탕감 규모도 예상보다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는 1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720만 명의 신용대사면 공약을 발표했지만 당초 정책 목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72만 명에 그쳤으며, 실제 수혜자도 49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박근혜 정부도 채무불이행자 322만 명의 채무 탕감을 약속했으나 66만 명을 지원했고 수혜자는 58만여 명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