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항공(BA)이 정보·기술(IT) 시스템 오류로 이틀째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항공 시스템 문제로 BA는 1억 파운드 이상(약 1434억 원)을 배상금으로 물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IT 시스템 문제로 지난 주말 동안 영국 히스로공항과 개트윅공항에서 출발하는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 또는 지연됐다. BA 측은 ‘IT 문제’라고만 말하고 추가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 사이버 공격의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JLS컨설팅의 존 스트릭랜드 항공 전문 이사는 “이 문제는 단순히 고객들의 항공편 예약 문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운행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가 BA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IT 시스템을 인도 아웃소싱업체에 무리하게 외주를 주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최대 노조 단체인 GMB는 “BA는 작년에 자사 직원을 감원하면서 IT 부분을 인도에 대거 아웃소싱했다”고 주장했다. BMB의 믹 릭스 항공사 대표는 “BA는 회사에 헌신한 수 백 명의 IT 직원들을 자르고 인도에 외주를 줬다”며 “BA 측은 이런 식으로 수년간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A는 “우리는 연간 1000여 명을 직원을 채용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충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며 “영국에서만 약 3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BA는 불편을 겪는 승객들에게 올해 11월 말까지 항공편 비용을 전액 환급해주거나 재예약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항공편 지연 및 결항 때문에 들어간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은 영수증 첨부 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영국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항공사의 기술적 결함으로 지연, 취소 등이 발생하면 그에 따르는 비용은 항공사가 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BA는 이번 문제가 IT 시스템 오류로 빚어진 것이어서 개별 고객에게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승객들은 BA 측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런던에 사는 테리 페이지는 “회사는 결항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히스로공항에 있는 한 승객은 “얼마나 더 공항에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고, 직원들로부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지시각으로 28일 오전까지 BA항공편의 3분의 1 이상이 결항해 수 천 명의 승객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친구 결혼식을 위해 인도 뭄바이행을 예약했던 애슐리 트레이시는 “6시간 동안 비행기를 다시 예약하려고 대기하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