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이틀간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무역과 기후변화 대처 등 첨예한 이슈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으며 이런 논쟁의 중심에는 보호무역주의를 부르짖고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
G7은 27일(현지시간) 폐막한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테러대책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공동 보조를 유지했지만 무역과 기후변화를 놓고는 처음 참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농락당했으며 이에 G7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힘든 논의가 있었다”며 “무역 문제와 지구온난화 대책에서 트럼프와 다른 6개국 지도자의 이견이 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사전 협의에서 뿌리 깊은 갈등이 있었던 무역과 기후변화 토의를 첫날 마지막 테마로 설정했다. 정상들의 토의를 거쳐 실무진이 밤새 정상 폐막선언 문구를 조정해 트럼프와 다른 정상과의 대립을 최대한 줄인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각국을 설득하는 일은 난항이어서 결국 폐막 직전인 이날 정오 무렵에야 간신히 선언문을 정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무역 토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보호무역주의적인 조치가 무역 확대를 저해한다며 트럼프에 호소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관세가 낮다면 다른 나라도 동일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 제품에 다른 나라가 높은 관세를 매기면 우리도 대항 조치로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토의에 참석했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역 문제를 철저히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덤핑이나 정부 보조금, 비관세 장벽 등 불공정한 무역을 시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폐막 정상선언에는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공동 노력할 것’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문서상에서 G7의 유대는 유지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솔직한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이번이 첫 참가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자간 협조주의가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며 트럼프를 은근히 견제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와 다른 정상의 대립은 더욱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파리협약을 지지하지 않은 유일한 지도자였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에 대해 다음 주 안에 미국이 탈퇴하든지 잔류하든지 또는 잔류하면서 일부 내용을 수정할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파리협약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다른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파리협약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트럼프와의 논의가 매우 불만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아주 어려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파리협약 결정을 다음 주로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회의를 지켜본 한 외교관은 “G7 정상회의에서 이 정도로 의견이 분열된 것은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G7 회의는 1975년 이래 각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상들이 화기애애하게 이슈를 논의해온 자리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폐막 선언문은 그 길이가 지난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면 그만큼 트럼프와 다른 정상의 의견 분열과 대립이 심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