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수정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시킨 1심 법원 결정을 유지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소재 제4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6개국 여행자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종교에 대한 불관용과 적의, 차별로 넘친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항소법원 판사 13명이 재판에 참가한 가운데 10명이 결정을 지지했으며 3명은 소수의견을 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날 판결은 반이민정책을 펼치려는 백악관의 또다른 패배라고 WSJ는 꼬집었다. 정부는 항소 의사를 내비쳐 사안은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다. 대법원마저 항소법원과 같은 판단을 내리면 트럼프 정부는 출범 1년도 안돼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백악관은 대법원에 긴급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법적인 부담이 커진다. 정상대로 재판 절차가 진행되면 법정 구두 심리는 오는 10월 이후에나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앞서 메릴랜드 주 연방법원과 하와이 법원 등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6개국 국민에 취한 90일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효력 정지시켰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서명한 행정명령이 법원의 벽에 막혀 사실상 무산되자 3월 다시 이를 수정했지만 결국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이 테러리스트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법원도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행정명령이 안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