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어떤 면이 훌륭하시니?”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세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셔?”
“환경미화원이에요! 세상을 깨끗하게 청소하세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최고예요. 엄~청 자랑스러워요!”
출판사 기획실장인 지인(知人)이 다소 달뜬 목소리로 들려준 이야기이다. 며칠 전 집에 놀러 온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친구와 나눈 대화란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아이의 허락도 없이 볼에 뽀뽀를 마구 해댔단다.
사회 공헌도가 높고 청렴하면서 존경과 신뢰까지 받는 직업은 무엇일까? 판검사, 정치인, 의사, 교육자, 종교인, 언론인…. 20년 전만 해도 의사가 1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한 언론사가 조사한 존경받는 직업 1위는 소방관이었다. 화염(火焰)뿐만 아니라 험준한 산악지형 등과도 사투를 벌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2위는 환경미화원. 인구 약 1000만 명, 자동차 300만 대가량이 움직이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거리가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환경미화원의 노고 덕분일 것이다.
‘금배지의 주인공’인 국회의원은 몇 위일까? 꼴찌이다. 거짓말과 말바꾸기에 능한 이들이 많은 탓이리라. 어디 그뿐인가. 연봉 약 1억4000만 원(월급 1150만 원)에 온갖 특혜를 누리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이익과 당리당략(黨利黨略)만을 추구하는 정치인에게 국민들은 채찍을 들었다. 성직자인 목사·신부·스님뿐만 아니라 언론인,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으니 기막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1만5000개 정도의 직업이 있다. 직업에 따라 사회·경제적인 대우가 다르겠지만 모두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게다. 그런데 직업에 대한 편견(偏見)과 차별이 담긴 말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다. 청소부, 파출부, 점쟁이, 때밀이, 딴따라, 수위, 짭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접미사 ‘-부(夫·婦)’, ‘-쟁이’, ‘-이’를 붙여 단순노동 등의 직업을 낮잡아 표현한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각각 환경미화원, 가사도우미, 역술가, 목욕관리사, 연예인, 경비원, 경찰관 등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보모(保姆) 역시 ‘아이를 돌보는 젖어머니’의 의미가 담겨 듣기에 거북하므로 보육사나 육아도우미로 순화하자.
관직이나 자격증·면허증이 필요한 전문직에는 접미사 ‘-사’가 붙는다. 그런데 판사 검사 도지사 등은 ‘-事’, 교사 강사 의사 약사 마술사 간호사 등은 ‘-師’,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속기사 등은 ‘-士’로, 각각 한자가 다르므로 잘 구분해 써야 한다. ‘-事’는 임명직에, ‘-師’는 정해진 능력을 갖추고 몸수고를 더하는 사람에게, ‘士’는 자격과 능력이 있으며 검정 등을 통과한 이에게 쓰이나 명확한 기준은 없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이들이 각자 재능 있는 분야의 직업을 선택해 즐겁게 일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솔직히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목소리 높여 말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이 말이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