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는 역대 어느 정부도 풀지 못한 숙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해를 정점(3763만 명)으로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는 연평균 30만 명 이상씩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한국은행은 2030~2040년에는 노동의 잠재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제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이 18년으로 그 속도가 주요국 대비 매우 빠르다.
문재인 정부도 저출산·고령화 공약을 복지 공약과 따로 낼 정도로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공약을 보면 저출산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위상 및 역할 강화가 눈에 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 고령사회위원으로 활동한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의 위상 강화는 중요하다”며 “교육·노동시장 등 사회구조적인 개혁에는 기득권의 반대가 있어 쉽게 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최고 지도자의 관심이 많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챙겨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는 또 아동수당을 도입해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전문가 모두 비판적인 입장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아동수당에 2조6000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회계에서 지출하게 돼 있기 때문에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며 “다만 아동수당을 준다고 애를 더 낳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5년간 합해서 6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셈인데, 저출산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대일 교수도 “효과는 없고 돈은 많이 들어간다”며 “출산율 반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이용 아동 기준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보육의 질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욱 연구위원은 “현재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질적인 문제가 크다” 며 “여전히 남은 60%의 사립시설에서 보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같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일 교수는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 없다며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보육료를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육료를 자율화해서 부자들은 돈을 더 내고 비싼 데를 다니고 정부는 취약계층에 질 좋은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또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월 30만 원을 균등 지급할 계획이다. 기초연금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건호 위원장은 “기초연금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워낙 고령화가 빨라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영욱 연구위원과 김대일 교수는 소득 하위 70%로 기준을 정한 것에 대해 반대했다.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어르신들이 노후 대책이 없고 국민연금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으면 모두에게 주기보다는 타기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 문제인데 감당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공약이 실천 여부를 떠나 이 정도로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건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실현되면 저출산 고령화가 해결되느냐, 그건 아니다”며 “저출산 고령화는 구조적인 문제라서 노동시장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 정부의 공약이 현재 할 만한 것은 거의 다 포함시켰다” 며 “서구 복지국가와 비교해 병원비를 지원해 주는 상병수당만 빼면 다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욱 연구위원은 “저출산은 보육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간사를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나 교육부가 맡아 역할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대일 교수도 “저출산·고령화가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것만 고치면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라며 “교육이나 노동시장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새 정부가 증세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