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부영그룹이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들의 인수 의지가 강한 데다 하나금융 측이 재무적투자자(FI)보다는 대지를 직접 활용하려는 전략적투자자(SI)에 매각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일 마감한 KEB하나은행 본점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 중 인수가격으로 1조 원 이상을 써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7000억~8000억 원대를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부영그룹은 단독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밖에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LB인베스트먼트, 캡스톤자산운용 등이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이들 중 주목되는 곳은 롯데그룹과 부영그룹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해당 부지의 인수를 검토했다. 기존 KEB하나은행 본점 건물을 사용하기 보다는 허문 뒤 신축하는 것이 롯데그룹의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본점은 오피스빌딩 뿐 아니라 리테일, 호텔,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 곳의 허용 용적률은 800%지만 현재 용적률은 436%인 것을 고려하면 90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롯데가 잠실에 롯데타운을 건설한 것처럼 을지로 부근에도 비슷한 상업시설을 조성할 수 있다. 롯데그룹 본점은 이 곳과 길 하나 사이를 둔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해 있다.
다만 아직 매각 초기 단계인 만큼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사들 대부분은 해외 투자사를 파트너로 확보했다. 이들이 경쟁 과정에서 인수 제시 가격을 크게 높이면 국내 대기업을 제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KEB하나은행 본점은 공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나금융 측에서 보장하고 있어 오피스투자, 부동산개발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매각되는 KEB하나은행 본사는 지하 3층~지상 24층, 연면적 7만4834㎡ 규모다. 대지는 1만1742㎡로 을지로와 명동 일대 업무용 빌딩 중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