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 인삿말에서 “변함없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해주셔서,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데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식을 마치고 봉하마을에 오던 날 “정말 마음 놓고 한마디 하고자 한다”면서 외쳤던 “야, 기분 좋다”를 언급한 발언으로, 문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던 때보다 참석자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저는 요즘 국민들의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며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님의 꿈도 다르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고 설파했다.
문 대통령은 “제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못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히 개혁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도식 참석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고 보고 싶지만 저는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며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달라”고 말했다.
“꿋꿋하게 견뎌주신 권양숙 여사님과 유족들께 위로를 드린다”고 인삿말을 마친 문 대통령은 무대를 내려와 권 여사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여사의 손을 맞잡았다.
한편 7분여 동안의 문 대통령 인삿말엔 14차례나 참석자들의 박수가 나왔다. 인삿말 말미에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는 대목에선 환호와 박수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인삿말을 마친 뒤 행사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으며, 추도식 후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분향하고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