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좋은 부부를 흔히 “금실이 좋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금실’은 틀린 말이다. ‘금슬’이라야 맞다. 금슬은 ‘琴瑟’이라고 쓰고 각각 ‘비파 금’, ‘비파 슬’이라고 훈독한다. 금(琴)과 슬(瑟) 둘 다 현악기이다. 악기가 어떻게 ‘사이 좋은 부부’를 칭하는 말이 됐을까?
중국 최초의 시가총집으로서 주(周· BC 1046∼BC 771)나라 때의 노래 가사를 모아놓은 책인 ‘시경(詩經)’의 첫 편 ‘관저(關雎)’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꾸욱꾸욱 우는 저구새가 강의 섬 모래톱에 있네./아리따운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짝이지./ (중략) 들쭉날쭉 마름풀을 이곳저곳에서 캐 담네./아리따운 아가씨와 금(琴)도 타고 슬(瑟)도 타며 즐겁게 지낸다네.(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 (중략) 參差荇菜 左右采之. 窈窕淑女 琴瑟友之.)”
이 시는 암수 간에 사이가 좋은 ‘저구새’가 물가에서 정답게 노는 것을 보면서 선남선녀(善男善女)의 아름다운 사랑을 연상하며 지은 시이다. 점점 깊어지는 연애과정을 거쳐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됨을 노래한 연애시인 것이다.
처음엔 아예 만날 기회조차 없어서 애만 태우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이 아가씨도 만나보고 저 아가씨도 만나보며 교제를 하게 되었는데 이 교제상황을 “들쭉날쭉 마름풀을 이곳저곳에서 캐 담네./ 아리따운 아가씨와 금(琴)도 타고 슬(瑟)도 타며 사이좋게 지낸다네”라는 시로 표현한 것이다.
오늘날로 치자면 거듭되는 소개팅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과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즐거워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처음 만난 이때처럼 남녀 간에 예의가 바른 때가 없다. 좋은 점만 보이려고 애쓰는 때이다. 평생을 이렇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산다면 정말 행복한 남녀이다. 이런 남녀 사이를 ‘시경’은 “금슬우지(琴瑟友之)”라는 말로 표현했고, 여기서 ‘금슬(琴瑟)’이라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