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징역 7년이 구형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문 전 장관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합병 찬성을 지시한) 상급자로서 책임을 지는 게 법 상식에 부합함에도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삼성물산 합병 찬성 대가로 국민연금 이사장이 됐고 국민연금의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양 특검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삼자 간 부정한 청탁의 핵심이 삼성물산 합병"이라며 "다시 이 같은 범행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중형 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본부장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의 불법ㆍ부당한 지시가 있었지만 기금운용본부장이라는 막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옛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의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양 특검보는 "홍 본부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임기 1년 연장' 역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찬성의 대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5년 홍 전 본부장 등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 안건이 부쳐지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같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 전 본부장은 문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투자위 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하고 국민연금에 1387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